교보 문고에서 내 책 2쇄본을 찾았다 (집필 / 출판 후기)
2023년 2월 24일, 내 인생 첫 책이 출간되었다.
길벗 출판사에서 기획 출판으로 출간한 [취업과 이직을 위한 프로그래머스 코딩 테스트 문제 풀이 전략: 자바 편]이다.
1쇄로 3,000권을 발행했는데, 그로부터 1년 반 후인 2024년 8월 19일에 2쇄를 발행하게 되었다.
오늘 회사 지인의 결혼식을 참석한 후, 몇 명이서 교보 문고를 들르게 되었는데 문득 내 책의 현황이 궁금했다.
마침 2쇄를 찍은 지도 얼마 안 되기도 했고, 2쇄를 1쇄가 완전히 나가기 전에 찍어서 교보 문고에 몇 쇄의 책이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실제로 서점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교보 문고의 도서 검색으로 책의 위치를 찾았다.
이런 식으로 책의 제목과 저자 이름, 출판사와 출판일, 가격 등의 책 정보와 함께 도서의 위치가 그림과 함께 출력된다.
여기에 적혀 있는 출판일인 2023. 02. 23은 초판 발행일이다.
추가적으로 발행한 부수인 건 상관없이 출판일 기준인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그게 말이 되는 듯..
여하튼 해당 위치로 가서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 책 두 권이 자바 코너에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평대 하단에서는 책을 못 찾았는데,
1) 누군가 평대 하단에서 꺼내서 보고 벽면 하단에 꽂아놨거나,
2) 누군가 평대 하단에 있는 책을 사갔거나...!
개인적으로는 후자면 좋겠지만 일단 뭔가 책이 물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신기했다.
(심지어 두 권 중 왼쪽에서는 자세히 보면 펼쳐서 접힌 흔적을 발견했다. 누군가는 펼쳐보았다!)
서점의 책을 확인해 보니 2쇄 발행된 책이었다.
서점에서 2쇄 책을 처음 보기도 했고, 같이 간 회사 친구들이 반응을 너무 잘해줘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내 책도 발견하고 기념사진도 찍은 김에 집에 돌아와 새벽 감수성을 빌어 집필과 출간 과정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후기
2022년 4월 중순 즈음에 처음으로 출판사와 연락을 시작하고, 샘플 원고와 계약을 거쳐 6월 중순에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했으니 약 9개월에 걸친 집필이었다.
책을 쓰기 위한 기간으로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이 기간 동안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P가 벌린 일은 내면의 작은 J가...
내 다른 게시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이전에도 몇 번씩 책을 써보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극 P의 MBTI이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
가슴이 시켜서 책을 써보는 것을 시작했다가, 열정이 식어서 그만두고, 다시 가슴이 시키는 다른 주제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반복했다.
결국 초반을 넘어가는 것이 없었고, 책은 정말 꾸준하고 집필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들만이 쓰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출판사에서 작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자, P의 주도하에 지원해 버리게 되었다.
강제성이 부여되자 중간에 열정이 식어도 그만둘 수가 없었다.
출판사와 계약은 했고, 책은 써야 하니 내면에 존재하는 작은 J가 자기도 존재함을 알려왔다.
하기 싫다는 생각, 귀찮다는 생각은 묻어두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을 때 책이 써졌다.
사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컴퓨터 앞에 앉기 전까지만 있었고,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집중이 잘 되고 잘 써졌다.
즉 책상에 앉기까지가 문제였던 것인데, 밍기적 하는 나를 내면의 작은 J가 억지로 끌어다 앉힌 것이다.
한 번 앉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P는 거기에 동화되어 다시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이때까지의 나의 삶은 다 이런 형태로 진행된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일을 벌이고, 여기에 강제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 같다.
물론 강제성이 없어서 중간에 엎는 것도 모두 나를 성장시켜 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는 그 작업이 어떤 느낌인지, 어떤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
조금씩이라도 해보는 것 하나하나가 경험이 되고 쌓인다.
책을 쓸 때의 마음가짐
주변에 개발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개발에 뜻이 있는 소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개발자의 균형있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자율성 등에 현혹된 경우였다.
그런데 모두들 공통적으로 대우 받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코딩 테스트를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코딩 테스트에 대한 장벽을 너무 높게 느꼈다.
프로그래밍 공부도 어려운데 코딩 테스트는 더 난이도 있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부 동의한다.
코딩 테스트는 당장 눈에 보이는 개발보다 확실히 공부할 맛이 안나고 해봤자 별로 쓸데도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개발자는 열심히 작성한 코드를 엎고 고쳐 쓰고, 다시 엎고 고쳐쓰는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도 본인은 한 단계씩 성장한다.
코딩 테스트를 공부하는 것도 당장은 어렵고 성취감이 적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여러 알고리즘과 자료 구조, 시간 복잡도와 효율성, 특히 그 무엇보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고의 성장이 분명히 일어난다.
코딩 테스트를 단순히 코딩 테스트 문제에서 정답이 뜨는 코드를 작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코드 중에서도 더 좋은 코드, 더 언어를 잘 활용한 코드를 작성하려고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으로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코딩 테스트 책을 쓸 때 이러한 관점에서 집필했다.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최대한 신경 쓰고, 자바의 특징을 잘 살린 코드를 보여주려 고군분투했다.
나는 이 부분이 내 책이 시중의 다른 책에 비해 갖는 강점이라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강점을 더 잘 살리기 위해 좋은 코드에 더 집착했다.
개발자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여러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단순히 코딩 테스트용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읽는 것은 아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의 사고 방식에 대한 내용, 코드를 작성할 때 신경 쓴 점들, 언어의 특징을 살려서 작성한 코드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을 보다 보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좋은 코드는 무엇인지,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코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책을 쓰기로 했다
책을 쓰는 과정은 힘들지만 절대 싫지는 않았다.
공식적으로 출판된 책의 저자가 된다는 설렘을 주었고,
평소에 생각만 해오던 나의 의견과 학습 방향을 스스로 정리하게 해주는 기회였으며,
내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흔한 이야기에 그만큼 진실된 감정이 담겨있기에 흔해질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었다.
책을 쓰면서 글을 쓰는 것이 프로그래밍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읽는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집필과 프로그래밍의 공통점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많이 낮춰주었다.
그래서 글을 써보고 싶은 주제가 떠올랐을 때 대략적인 목차를 구성해 길벗에 전달했다.
다행히 길벗에서도 주제를 마음에 들어 해 주셔서 목차와 분량 등만 이야기하고 다음 책을 집필하기로 계약했다.
이렇게 또 P가 한 건 벌여놨으니 이제 J가 힘내서 작업을 마무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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